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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국가 대항전/클럽 대항전

펩은 전술과 결과 모두를 챙기지 못했다 [디 애슬레틱] 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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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은 다시 한 번 토너먼트에서 실패의 쓴맛을 봤다.

 

Michael Cox 2020.08.16

 

펩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 시티를 맡은 후 첫 유럽 대항전 경기를 치른지 4년이 지났다. 시티는 당시 스테아우아 부쿠레슈티를 상대로 5-0 대승을 거뒀다. 얼마 뒤 이뤄진 과르디올라의 PL 데뷔전이었던 선덜랜드 전에서는 상대의 막판 자책골에 힘입어 2-1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그 경기들에서 과르디올라는 앞으로 어떤 축구를 할지 보여줬다.

 

펩은 과거에 넘버 10으로 여겨졌던 케빈 데 브라이너와 다비드 실바를 넘버 8 자리에 넣었다.

 

두 명의 윙어를 추가하고,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최전방에 세운다.

 

그리고 전에는 더블 피벗 형태에서만 뛰었던 페르난지뉴를 원 볼란테 홀딩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과르디올라는 우리가 생각했던 경계를 넘어서서 창의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투입했다. 그러나 데 브라이너와 실바는 함께 연계 플레이를 주고받으며 부쿠레슈티의 수비를 아름답게 무너트렸고, 우리는 과르디올라의 축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지난 4년 간, 놀라운 선발 라인업, 이해할 수 없는 라인업, 일반적인 사고를 능가하는 전술들이 많이 있었지만 과르디올라의 기본적인 철칙은 꾸준히 유지됐다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선수들을 물리적으로 가능한 한 많이 배치하는 것이다. 펩은 홀딩 미드필더들을 수비수로 뛰게 하고, 창의적인 미드필더들을 풀백으로 기용하면서 경기장 내의 모든 선수들을 펄스 나인으로 활용하고 팀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추가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시스템을 가동했다. 우리는 시티의 선발 명단을 읽고 중간에서 이해할 수 없을 때쯤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며 선수들의 포지션을 생각해봐야 했다. 이러한 펩의 전술은 꽤나 잘 먹혀들었다.

 

그러나 지난밤의 선발 선정은 완전히 달랐다. 이는 근본적으로 5명의 수비수와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로 구성되었다 유럽 5위 리그에서 7위를 차지한 클럽을 상대로 말이다. 만약 당신이 리옹의 선수라면, 경기 시간의 대부분을 내려앉아 보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수에게 무서움을 느꼈을까? 데 브라이너와 라힘 스털링은 확실하다. 기복이 심하더라도, 가브리엘 제주스 역시 위협적이다. 다비드 실바, 베르나르두 실바, 리야드 마레즈, 심지어 필 포덴까지도 공격적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다. 과르디올라는 그의 베스트 11에 이들 중 6명을 배치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밤에는 셋 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펩의 3-5-2로의 포메이션 변화는 극단적이었으나 몇 가지 이점을 가져올 수 있었다. 시티는 세 명의 센터백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리옹의 투톱의 압박을 견뎌내고 쉽게 빌드업을 풀어갈 수 있었고, 측면 센터백들 역시 볼을 몰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선수 선정이 실수에 가까웠다 지난 몇 년 간, 과르디올라는 카일 워커를 측면 센터백에 배치하며 그가 볼을 몰고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그 역할을 맡은 페르난지뉴는 속도를 올리고 전방으로 뛰어나가는 것을 무서워했으며, 그의 롱패스는 너무나도 정직하고 예상 가능했다. 경기 초반 받은 옐로우 카드는 페르난지뉴가 조금이라도 위험한 태클은 하지 못하도록 억제했기에, 펩이 백4 체제로 변화를 꾀하며 마레즈와 그를 바꿔준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교체 전까지, 시티는 매우 좋지 못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러한 양상은 워커의 위치에서 특히 잘 드러났는데, 그는 오른쪽 윙백으로서 처음에는 칼 토코 에캄비를 상대했다. 그런 매치업은 절대로 성사돼서는 안됐다 첫째, 워커는 센터백들 보다 더 높게 전진해야 했으며, 둘째, 상대 수비수들과 비슷한 곳에서 돌아다니며 공격에 기여해야 했다. 워커가 마크했어야 할 리옹의 윙백 막스웰 코르네를 놓쳤을 때에는 리옹의 선제골이 터지고 말았다.

 

반대쪽 측면에서는 주앙 칸셀루가 대담하게 전진해 좌측면의 공격 전개를 도왔으나, 오른발잡이 왼쪽 윙백은 오버래핑하기에 적당해 보이진 않았다. 박스를 향한 그의 크로스는 괜찮았지만 1-0 상황에서 시티는 벵자맹 멘디의 공격적 추진력을 필요로 했다. 중원을 살펴보면, 시티 서포터들은 펩이 로드리와 일카이 귄도안을 동시에 기용한 것을 보곤 오랫동안 충격에 빠져버렸다. 시티의 기조는 어리석었다. 그들은 볼을 천천히 순환시켰으며, 주로 데 브라이너가 전담했던 프리 8롤이 없어지자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정 시점에는 시티의 공격수들이 리옹의 수비수들을 잘 끌어들였다. 제주스는 개인 능력으로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으나, 리옹의 백3 사이에서 측면으로 달려나가면서 데 브라이너와 스털링이 볼을 잡을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러나 이 트리오는 매우 적은 지원 밖에 받지 못했다. 그럴 때 시티는 3명이 공격하고 나머지는 수비하는, 1990년대 세리에 A 팀과 비슷해 보였다. 선발 명단만 보면 과르디올라보다는 수비 밸런스를 중시하는 조세 무리뉴나 안토니오 콘테가 떠오른다.

 

과르디올라가 큰 경기를 앞두고 전술을 짤 때 너무 꼬아서 접근한다고 비판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접근법이 항상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의 성공을 이끌었던 놀라운 결정들이 복잡한 사고를 통해 나왔다는 사실을 결코 무시해선 안된다. 리오넬 메시를 펄스 나인으로 기용한 것은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펩은 유망주를 과도하게 믿거나 너무 공격적인 경기를 해서 수비의 뒷공간을 노출했을 때 경기를 내주기도 했다. 전술이 실패하더라도, 과르디올라는 그의 철학과 올바른 축구에 대한 신념, 엄청난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그의 생각 등을 짚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밤의 경기는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이는 단순히 상대와의 체급 차이 등을 살펴봤을 때 과르디올라의 감독 커리어에 있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패배일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너무 수비적인 대처법을 들고 나와서 탈락한 경기였다.

 

우리는 축구 철학과 성공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논쟁하곤 했다. 그리고 과르디올라는 둘 다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어젯밤, 펩은 처음으로 두 가지를 다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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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theathletic.co.uk/1999005/2020/08/16/lyon-3-1-city-guardiola-mourinho-tactics/

(사진: 디 애슬레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