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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2020년 9월 28일 치러진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울브스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경기 리뷰 글입니다.
총체적 난국입니다. 솔직히 경기 보면서 이걸 리뷰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 문제가 너무 많아서요. 하지만 이렇게 문제가 많이 나온 경기는 앞으로 개선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나아질 여지를 알아보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긴 할 겁니다. 이번 리뷰는 지금 울브스라는 팀이 보여준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글이 될 거예요. 그럼… 하나하나 짚어보죠.
라인업부터 보시면 예상과 달랐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하나였어요. 왼쪽 윙어에 포덴세가 아닌 네투가 나왔다는 거. 포덴세는 부상 때문에 이번 경기에 나올 수 없었고, 네투가 대신 뛰었습니다. 근데 이건 딱히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어요. 네투도 충분히 주전으로 뛸 만한 역량을 지닌 선수고, 최근 몇 경기에서도 출전해왔으니.
왼쪽 윙백에는 조니와 마르살이 모두 부상을 당하며 비나그리가 다시 한 번 나왔습니다. 비나그리는 볼 때마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늘 역시 딱히 좋다는 생각은 안 들었네요.
그리고 오른쪽 윙백에 신입생 넬송 세메두가 출전했습니다. 세메두 활약상에 대한 얘기는 좀 뒤에 좀 더 자세히 풀도록 하죠.
수비를 먼저 살펴보도록 할게요. 울브스의 수비가 불안한 이유는 전문 센터백이 볼리 하나기 때문입니다. 코디와 사이스는 둘 다 미드필더 출신이죠. 아무리 수비를 오래했다고 해도 대인 수비, 포지셔닝 등 수비적인 능력이 전문 수비수보단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둘의 수비력 문제가 볼리의 플레이 스타일과 겹치네요. 볼리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입니다. 스토퍼로서는 리그 내에서 수위권에 들 수 있는 선수라고 봐요. 하지만 볼리의 단점이라고 하면 달려나가서 수비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튀어나가서 볼을 따내면 문제가 없어요. 근데 문제는 꼭 한 두 번 볼을 못 뺏어냈을 때 생기죠.
보웬의 첫 골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안토니오를 수비하려 달려나간 볼리가 파울로 상대 공격을 끊어냈는데, 포르날스가 빠르게 프리킥을 연결해 보웬이 사이스, 코디만을 앞에 두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얘넨 수비를 못해요. 그대로 보웬한테 골 먹혔죠.
웨스트햄 공격진과의 상성도 별로 안 좋았어요. 울브스는 안토니오를 거의 막질 못했습니다. 그나마 안토니오를 억제할 수 있는 게 볼리인데, 볼리가 안토니오 막으려 앞으로 튀어가면 바로 옆에 포르날스 하나만 붙여줘도 뒷공간 뚫리고. 안토니오 하나 막으려고 네투까지 내려와서 수비하던데, 무슨 드록바가 온 줄 알았습니다.
공중볼과 세트피스 수비도 엉망이었어요. 지금 팀에 제공권 되는 선수가 볼리, 사이스, 라울 정도 해서 셋 밖에 안되는데, 라울은 공격수고 사이스는 공중볼 대비 위치선정이 안됩니다. 라울의 자책골 (코너킥 상황 수첵의 헤더 이후 득점 연결), 알레의 쐐기골 (크로스 올라오는데 사이스가 바로 뒤에 있는 알레 확인 못하고 프리 헤더 허용) 모두 그런 문제가 잘 드러났죠.
기본적으로 수비진의 형태, 대형 이런 게 전혀 안 돼있어요. 특히 역습 허용할 때. 반대쪽은 전혀 체크를 안하거나, 볼 한 번 전환되면 바로 뚫린다거나, 자기가 마크할 선수를 못 따라가거나 하는 장면이 너무 많습니다. 보웬의 두번째 골에서도 세 명이 안토니오 하나 막고 있는데 볼은 건들지도 못하고, 포르날스한테 연결될 때에는 중원에 사람 한 둘 밖에 없고.
수비가 몰리고 대형은 무너지면서 박스 안과 중원에 숫자가 모두 적은 사태가 발생하는 겁니다. 가끔 보면 ‘얘네는 백3를 쓰는데 왜 박스 안에 숫자가 없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윙백들을 공격의 시발점으로 사용하면서 수비적인 롤을 줄여주니까 센터백들이 측면까지 막아야 하는 때도 많아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볼리 외 수비 개개인을 살펴보면, 사이스는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지난 시티 전에서 프로 같지도 않은 태클을 하며 대형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스루패스 차단한 것만 3개는 되는 거 같아요. 확실히 무조건 서서만 수비하게 해야 합니다. 그 태클은 진짜 끔찍했어요. 공격에서도 수비 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드리블하고 패스도 잘해줬습니다.
문제는 코디입니다. 코디는 지금 울브스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선수라고 할 수 있어요. 한 마디로 말해서 적폐입니다. 얼마 전에 잉글랜드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는데, 레알로 간 아자르처럼 인생의 목표를 이뤘다고 끝난 건지… 원래 수비 못하는 건 압니다. 근데 웨스트햄 전에서는 수비도 안하고 빌드업도 안하더군요. 진짜 하는 게 없어요. 솔직히 그 좋은 롱패스, 그거 하나 보고 백3 스위퍼로 기용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데, 빌드업도 못하면 효용 가치가 없어져 버립니다. 가장 복장 터지는 움직임을 보여준 것도 코디였어요. 볼 받으면 살짝 드리블 치면서 올라가다가, 안토니오나 보웬이 조금 압박 들어오면 뒤돌아서 볼리나 사이스한테 볼 넘깁니다. 이게 진짜 뭐하는 거죠? 이건 템포 조절도 아니고 그냥 공격을 안 하겠다는 거 같았네요.
빌드업 시에 코디가 롱볼을 많이 배급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코디의 패스는 주로 양 윙백이나 전방의 라울을 향합니다. 근데 양 윙백에선 도허티와 조니가 빠졌고, 라울한테는 주변에 수첵, 오그본나, 발부에나 같은 선수들이 있는데 패스를 할 수가 있나요. 특히 도허티가 이적한 게 컸을 겁니다. 도허티는 큰 신장과 좋은 위치선정으로 파트리시우의 골킥도 잘 받는 선수였는데, 세메두는 그런 쪽에 장점이 있다고 보긴 힘들죠. 그래서 패스도 잘 안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제는 진지하게 코디 없는 울브스 축구, 플랜 B를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전술은 유지하더라도 패스 좋은 덴동커를 그 자리에 기용해볼 수도 있고요. 2-3라운드 코디의 활약은 가히 최악이었습니다.
중원에는 네베스와 무티뉴가 나왔는데, 지난 시즌 수준급이라고 자랑할 만했던 이 듀오가 뭔가 좀 이상합니다. 네베스는 그래도 괜찮게 하는 거 같은데 (사실 시티 전도 그렇고 네베스는 집중적으로 보질 않았습니다) 무티뉴 퍼포먼스가 진짜 크게 떨어졌어요. 이건 진짜 큰 문젭니다. 만약 이게 시즌 초에 잠깐 나타난 문제가 아닌 무티뉴한테 에이징 커브가 와서 이전 폼을 다시는 못 보여준다? 울브스한테는 정말 큰 악재가 될 겁니다.
무티뉴는 울브스의 핵심이예요. 수비에서 공격으로 넘어갈 때 매끄럽게 연결해줄 수 있는 미드필더. 수비 가담 열심히 하고, 공격 때에는 창의적인 패스도 넣어줄 수 있는 미드필더. 무티뉴가 지난 시즌 보여준 모습입니다. 근데 특유의 측면을 향한 전환패스도 좀 죽은 거 같고, 무엇보다 기동력이 너무 떨어졌어요. 어 이러면 안되는데 싶을 정도로. 무티뉴가 조속히 살아나야 합니다.
안되면… 비티냐나 덴동커 써야죠. 비티냐가 73분 교체로 들어왔는데, 많이 뛰어주고 좋았어요. 볼 잡으면 무조건 전방 보는 게 습관화 돼있더라고요. 무티뉴의 후계자라고 데려왔는데, 오자마자 그 자리를 넘겨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덴동커는 무티뉴의 빌드업과 볼 돌리는 걸 해주진 못해도, 수비적으로 커버해주고 열심히 뛰면서 기동력을 채우는 건 그 이상으로 해줄 수 있어요. 저는 현재로선 비티냐-네베스 미드진을 한 번 보고 싶네요.
윙백에서 왼쪽의 비나그리는 딱히 할 말이 없네요. 그냥 그랬어요. 세메두 얘기를 좀 해보고 싶은데, 기대보단 별로였습니다. 근데 세메두만 탓할 수는 없는 게, 세메두가 못한 건 아다마의 영향이 컸어요. 아다마는 지난 시즌 갑자기 축구 지능이 높아지면서 돌풍을 일으켰는데, 그 지능이 갑자기 떨어진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세메두가 볼 주고 뒷공간으로 뛰면서 누가 봐도 원투 해야 할 상황이 있었는데, 아다마는 무조건 땅 보고 드리블합니다. 볼을 받으면 언제나 드리블. 그 좋았던 크로스도 이번엔 라울을 보고 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가운데 근처에 냅다 올리더라고요. 윙백 아니고 윙에 나왔는데도 별로였습니다.
드리블로 수비 하나 뚫는다고 해도 그 뒤에 수비가 또 나옵니다. 측면에서 1대1 상황을 만들면 중앙에서 밀리고, 중앙으로 드리블 쳐서 들어가려 하면 수비가 또 나오고… 아다마한테도 정말 힘든 경기였어요. 웨스트햄도 마쉬아퀴 옆에 크레스웰을 배치하며 대비한 거 같더군요. 크레스웰이 원래 풀백도 보는 선수로 아는데, 아다마를 의식하고 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아요.
라울은 원래 울브스에서 만능 같은 활약해주는 선수인데, 그냥 수비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뭘 하기가 힘들었어요. 최전방 공격수 자체가 고립됐습니다. 볼도 많이 안 왔고, 와도 주변에 수비 3-4명씩 있으니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가 없죠.
근데 심지어 공격 시스템 자체도 이상했습니다. 셰필드 전에서 무한 스위칭이 계속해서 이뤄졌고, 그걸 통해서 어느 정도 결과를 만들어냈어요. 근데 웨스트햄은 10명을 자기 박스 근처에 두고 수비를 합니다. 그런 팀을 상대로 아다마와 라울이 스위칭하고, 네투가 중앙으로 들어가요. 결과적으로 상대는 하나도 혼란스럽지가 않은데 오히려 울브스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동료가 없으니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다마가 중앙에서 볼을 잡고 라울이 측면으로 침투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얘네는 대체 왜 스위칭을 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네요. 누가 봐도 라울이 중앙에서 볼 잡고 아다마가 달리는 게 훨씬 더 좋은 효율이 날텐데요. 그렇게 해서 수비 하나가 끌려간다고 해도 어차피 상대 박스에는 수비 서너 명 있고. 너무 효과를 못 봤어요.
긍정적인 점을 굳이 꼽자면 네투와 파트리시우가 괜찮게 한 거, 그리고 교체에 파비우 실바, 키야나 후버, 비티냐 기용한 거 정도겠네요.
페드로 네투 선생님 혼자 축구하나 싶을 정도로 혼자 측면에서 뛰면서 드리블로 기회 만들어내고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네투 미드필더 기용은 시즌 끝나기 전까지 몇 번 정도 더 할진 몰라도 지금까진 확실히 윙으로 쓰는 게 나아보여요.
4골을 먹히긴 했지만 파트리시우도 밥값은 했다고 봅니다. 그만큼 수비가 너무 못했어요. 골 계속 내주니까 완전 화 나있던데, 그럴 만합니다.
교체 자원들 얘기를 하자면, 파비우 실바는 좀 많이 별로였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한 30분 정도 뛰었는데, 볼을 받을 때 뒤에서 누가 오는질 모르는 느낌이었어요. 라울은 볼이 오면 뒤에 수비가 얼마나 있고, 동료는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간결한 터치로도 기회를 창출해낼 수 있는 선수입니다. 그에 비해 실바는 아쉬웠어요. 볼 받는데 뒤에서 수비 오는 걸 몰라서 뺏긴 게 한 3번 정도는 됐죠. 아직 18살이고 완성되려면 한 2년 정도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35m 파운드 쓰고 데려왔습니다. 최대한 바르게 보여주는 게 있어야 해요.
비티냐는 열심히 뛰면서 볼을 앞으로 보내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무티뉴와 네베스의 사이클이 다 됐다면 비티냐를 지금부터 주전으로 기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후버는 크로스랑 킥이 별로였어요. 오버래핑 스타일은 측면에서 동료가 볼 잡고 있으면 그 옆으로 뛰어나가는 거 같아요. 제가 행복 회로를 돌려본 건 도허티의 전술적인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그 박스 안으로 침투해 공격 가담하는 것까진 못하겠지만, 윙백으로서는 신장이 큰 선수기 때문에 코디의 롱패스를 받아 공격의 시초가 되는 롤을 시켜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네요.
누누는 생각 많이 해봐야 할 겁니다. 얼마 전에 3년 재계약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아무리 멘데스 고객이라고 해도 빨리 잘릴 수도 있어요. 지난 시즌에 강등권 팀들 상대로 승점 많이 뽑아내고 좋았는데, 그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격진 동선 조정, 수비 대형 형성, 측면에서의 공격, 수비 등 많이 건드려줘야 해요.
안 고치면 유로파 8강 갔던 팀이 1시즌 만에 강등 걱정해야 할 겁니다. 두 시즌 연속 7위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14위 정도 할 거 같네요. 이 팀의 슬로우스타터 기질이 그냥 다시 나온 거였으면 좋겠네요. 지난 시즌에도 초반 한 4경기 때까지 강등권에 있었으니... 빨리 살아나길 빌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