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 아르테타가 아스날에 부임한 후, 펩 과르디올라와의 끊임없는 비교는 거의 필연적이었다. 어떤 사람들에겐, 그들의 관계는 여전히 마스터와 수습생, 선생과 제자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아르테타는 벌써부터 그가 그저 하찮은 클론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펩이 그가 코치 커리어를 시작하는 문을 열어줬지만, 아르테타는 이제 그만의 길을 찾고 있다.
비슷한 점을 찾아보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들에게는 확실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일단, 둘은 예리한 사상가이다. 펩과 아르테타는 그들을 타고난 리더로 만드는 강렬하고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공유한다. 그들은 바르셀로나 시스템의 산물이고 그들이 팀 역시 몇 가지 전술적인 핵심 포인트를 공유한다: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는 모두 5명의 선수로 공격하고, 5명으로 수비한다. 아르테나는 최근 백3를 가동했고 과르디올라 역시 맨시티 부임 초반에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했다. 그는 이후에도 몇 번 정도 백3를 사용했다. 가장 최근의 예시로는 챔피언스리그 리옹 전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줄 수 있는 힌트가 있다면, 아르테타가 시티에서 과르디올라와 함께 일할 때 맡았던 역할이 될 것이다. 펩은 거시적인 관점으로 큰 그림을 그렸다면, 아르테타는 주로 각각의 선수들과 함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라힘 스털링의 움직임과 파비안 델프의 위치 선정, 리로이 사네의 결정력 등을 개선해주는 일 말이다.
말하자면, 펩은 우두머리였고; 아르테타는 행동 대장이었다. 펩의 명석함이 그 자체로 말해주지만, 그의 너무나도 빨랐던 감독 승진은 그가 일반 코치 경험은 한 번도 겪지 못하도록 했다. 그는 언제나 다음 경기와 전체적인 계획, 비전을 생각해야 했다. 아르테타는 자유를 만끽하며 자그마한 디테일에도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그는 그런 일을 잘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펩 밑에서 훈련받는 건 어떻냐고 묻곤 하죠. 근데 나는 미켈 아르테타한테 많은 걸 배워요…” 사네도 경탄하며 말한 적이 있다.
2019년 9월 당시 그의 수석 코치였던 아르테타에 대해 묻자, 과르디올라는 텔레그래프에 “그는 놀라운 워크 에씩의 소유자이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에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그 해결책을 찾는 일은 아르테타가 아스날에서 아주 짧은 시간 만에 정확하게 해낸 일이었다.
아르테타와 과르디올라의 현역 시절 커리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들의 감독 방식에 다른 점이 있다고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르테타는 바르셀로나의 라 마시아 시스템에서 자라나며 펩의 길을 따르긴 했지만, 퍼스트팀까지 진출하진 못했다. 16살의 어린 나이로 승격돼 퍼스트팀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긴 했지만, 1군으로 가는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펩은 29살이었고 주장이었죠.” 아르테타는 루 마르틴과 폴 발루스의 책, Pep’s City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뒤에는 사비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생각해 보세요! 나는 여기서 출전 시간을 바라는 것보다 다른 클럽에서 내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게 훨씬 더 나을 거라는 걸 빨리 알아차렸죠.”
파리 생제르맹에 임대 이적할 때, 아르테타는 18살 밖에 안 됐었다. 그가 UEFA 컵 레인저스 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자, 스코티쉬 클럽은 이 어린 미드필더를 영입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아르테타는 글래스고에서 두 시즌을 보내며 스코티쉬 프리미어리그와 스코티쉬 리그 컵 타이틀을 획득했다. 레알 소시에다드를 잠깐 거친 뒤, 그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아르테타는 에버튼과 6시즌, 아스날과 5시즌을 보냈다.
이 시간은 영국 축구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도를 남겼다 – 한때 아르테타는 국제 대회 레벨에서 잉글랜드를 대표해 뛰어 달라는 파비오 카펠로의 접근을 수락하지 못하게 한 FIFA 규정을 뜯어 고치기 위해 ‘거의 전쟁까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펩이 분명 잉글랜드 축구에 대한 건전한 존경을 갖고 있다고 말해요.” 아스날의 한 내부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아르테타는 그걸 진정으로 사랑하죠. 선수 시절 그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잉글랜드입니다. 그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과르디올라가 축구에 대한 그의 시각을 잉글랜드에 처음 가져왔을 때, 그는 선교사가 그리 달갑지 않은 전환을 시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펩은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감독직을 수행하며 스페인 외부에서의 경험을 했지만, 피지컬 축구의 성지는 약간 달랐다. “독일에서는 볼이 가는 쪽으로 선수들이 많이들 뛰어요. 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경기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레이스를 벌이죠.” 시티의 피트니스 코치 로렌조 부에나벤투라는 말한다. “여기 잉글랜드에서는, 신체적인 접촉이 확실히 더 많죠.”
아르테타는 그걸 직접 몸으로 느껴서 알고 있다. 이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선택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맨체스터 시티가 새로운 홀딩 미드필더를 찾던 2018년 여름, 그들의 주요 타겟은 조르지뉴와 프렝키 데 용이었다. 목표는 페르난지뉴보다도 더 볼을 잘 다루는 선수를 찾아 볼 소유 시 시티의 강점을 훨씬 더 높이는 것이었다. 12개월이 흐르고, 조르지뉴와 데 용은 각각 첼시와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결국 시티와 과르디올라는 로드리를 택했다 – 그는 압박을 가하기 보다는 버텨내는 걸 잘하는 선수다. 펩의 초점은 분명 볼을 잘 소유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한편, 아스날의 새로운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는 그에 비해 타고난 수비수에 가깝다 – 공중볼과 태클에 장점이 있는 선수가 파티다. 로드리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마지막 시즌, 그는 경기당 56.7개의 패스와 91.1%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2019-20 시즌의 아틀레티코에서, 파티는 90분 동안 평균 46.8개의 패스와 83.4%의 성공률을 찍었다. 아르테타가 첼시의 조르지뉴에도 관심을 두긴 했으나, 파티는 그의 첫번째 선택이었다. 파티가 오프 더 볼 상황에서 해주는 것들 때문이었다. 두 선수의 스타일 차이는 아르테타와 펩이 뻥축구의 성지 프리미어리그를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과르디올라는 그가 너무 이상적이라는 의견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6년 6월, 그는 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너무나도 실용적인 감독’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실용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상대에 볼을 내주고 깊게 내려 앉아 압박을 허용하는 것이지만, 펩이 생각하는 안전한 축구는 볼을 지켜내면서 최대한 골대에서 먼 곳에서 굴러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런 의미적인 논쟁이 잠깐 있었지만, 아스날에서 아르테타의 접근법이 전통적인 잉글랜드의 실용주의와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선수 차이에 따르는 이유도 있다: 구단주가 엄청난 지원을 해줄 때 감독들은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더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실용주의는 완전한 수비 축구가 아닌 유연성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르디올라가 시티에 부임한 이후, 시티는 그의 축구 철학을 전적으로 따라갔다. 그들이 상대에게 점유율을 내준 경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아르테타의 경우, 과거에는 그 역시 비슷한 스타일의 축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가 선수로서 은퇴한 시즌,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는 미켈 아르테타의 팀이 어떤 축구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내 철학은 매우 뚜렷해요.” 아르테타는 말했다. “나는 적극적이고 즐거운 축구를 원해요. 모든 걸 상대를 기반으로 하는 축구는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경기를 지배해야 하고,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야 하며, 우리가 경기를 보러 온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해요.”
아르테타의 오래된 비전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아르테타가 10위에 있던 팀을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부임한 후 아스날이 거둔 상징적인 승리는 대부분 후방에 머물며 수비를 단단히 한 뒤 역습 한 방으로 리드를 가져오는 경기에서 나왔다. 지난 시즌 말,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짧은 기간 내에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첼시를 40% 이하의 점유율만을 기록하면서 연속으로 잡아냈다.
과르디올라는 중위권에서 힘겨워하던 팀을 맡아보지 않았다. 아르테타가 마주한 문제들은 – 그리고 그런 실용적인 축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은 – 그가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다.
지난 9월 안필드에서 리버풀 전을 치르기 전, 아르테타는 말했다. “때로는 감독으로서 구현 해보길 원하는 게 있어도 최상위권 팀들을 상대할 때 선수들의 레벨과 퍼포먼스 차이를 인정하고 허용해야 하는 경기들이 있어요.”
“미켈은 이 팀에 대한 궁극적인 플랜을 짜 놨어요. 그는 팀을 어디로 이끌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스페인 출신 감독의 계획을 잘 알고 있는 아스날의 한 스태프는 말한다. “그러나 그게 팀에 들어오자 마자 그 계획을 바로 실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기존 팀을 살펴보면, 아스날에는 문제점이 아주 많았습니다 – 기초부터요. 좋은 감독은 그가 원하는 것과 팀이 필요로 하는 것을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르테타는 몇 가지 기반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실제로, 두 팀의 플레이에서 다른 점들 중 하나는 아르테타의 아스날이 과르디올라의 시티보다 후방에서 볼을 많이 돌린다는 것이다. 2020-21 프리미어리그는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아스날은 현재까지 그들의 볼 점유 중 32%를 디펜시브 써드에서 가져간다. 시티는 단 17%를 기록했다 – 지난 시즌에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들이 존재한다. 주된 원인은 아르테타가 여전히 후방 빌드업을 만들어 가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 후방에서의 플레이를 차차 강화하면서, 그는 선수들에게 습관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시티가 항상 짧은 패스로 공격을 진행하는 전략을 유지하진 않았다. 리그 타이틀을 들었던 2017-18과 2018-19 시즌, 시티는 간혹 공격진을 상대 수비진 뒤에 배치하며 골킥 직후 터치는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활용했다. 에데르송의 엄청난 80야드짜리 롱패스를 통해 시티는 곧바로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이 전술은 시티가 직선적인 플레이를 하고 상대의 압박을 한 번에 벗겨내며 때로는 득점 기회까지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사용됐다. 아스날 팬들은 2018 리그 컵 결승에서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긴 패스를 보내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골을 도왔던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전략의 차이는 양팀이 각각 다른 발전 과정을 보내고 있다는 것으로도 설명된다. 시티의 진화는 후방에서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데에 너무나도 능숙하다면 상대는 압박을 멈추게 되고 볼을 소유한 팀이 더 높은 지역에서도 자유롭게 패스를 돌릴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최근 레스터 시티가 에티하드에서 시티를 무찌른 뒤, 브랜든 로저스는 그가 선수들에게 공간을 내주도록 지시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리는 대체로 강한 압박을 하는 팀이지만 그 정도의 퀄리티를 지닌 팀을 상대한다면 우린 그들에게 공간을 내줘야 해요.” 그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그 넓은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죠.”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아르테타는 아스날이 골킥부터 빌드업을 해가는 능력을 키워가는 시간을 보내며 궁극적으로 보다 넓은 공간을 부여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주말, 아르테타의 아스날은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와 맞서기 위해 에티하드 원정길을 떠난다. 아르테타의 실용적인 접근법이 두드러질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아스날과 맨시티는 각기 다른 진화 과정에서 다른 단계에 있으며, 매우 다른 기대를 받는다 – 그리고 양팀의 덕아웃에는 서로 다른 두 감독이 자리한다.
과르디올라와 아르테타의 경험이나 기록은 비교도 되지 않기에, 비교질은 잠시 넣어둬야 하는 때일지도 모르겠다. 아르테타는 아스날에 부임한 이래로 빠른 시간 내에 그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다. 그는 착실하게 그의 스승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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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Sam Lee and James McNicholas 2020.10.14
(사진: 디 애슬레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