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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mier League/울브스

누누 아웃! 울브스 팬들이 이 달의 감독 누누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②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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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팀 팬들은 모르는, 누누와 울브스의 이야기

1편을 못 읽었다면?

2020/11/14 - 누누 아웃! 울브스 팬들이 이 달의 감독 누누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①개요와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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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공격

울브스하면 딱 생각나는 게 뭔가요? 역습일 겁니다(물론 조르제 멘데스를 중심으로 한 포르투갈 커넥션이나 3백이라고 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그런데 누누는 역습 전술을 잘 못 짭니다.

 

전 글에서 칭찬한 세비야 전도, 딱 수비만 칭찬할 만합니다. 그 경기에서 수비 성공하면 걷어내고 라울이나 아다마한테 볼 넘긴 뒤 알아서 만들어보라는 식의 공격이 이어졌죠. 그런 경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라울과 아다마의 개인 기량으로 만드는 공격들. 확실한 해결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해결사에게 너무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예요.

 

공격 대형도 이상한 부분이 많습니다. 제가 정말 많이 깠던 4-0 대패 웨스트햄 전과 1-0 패 레스터 전. 두 경기의 공통점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공격진의 배치가 나왔다는 겁니다.

 

근데 심지어 공격 시스템 자체도 이상했습니다. 셰필드 전에서 무한 스위칭이 계속해서 이뤄졌고, 그걸 통해서 어느 정도 결과를 만들어냈어요. 근데 웨스트햄은 10명을 자기 박스 근처에 두고 수비를 합니다. 그런 팀을 상대로 아다마와 라울이 스위칭하고, 네투가 중앙으로 들어가요. 결과적으로 상대는 하나도 혼란스럽지가 않은데 오히려 울브스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동료가 없으니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다마가 중앙에서 볼을 잡고 라울이 측면으로 침투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얘네는 대체 왜 스위칭을 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네요. 누가 봐도 라울이 중앙에서 볼 잡고 아다마가 달리는 게 훨씬 더 좋은 효율이 날텐데요. 그렇게 해서 수비 하나가 끌려간다고 해도 어차피 상대 박스에는 수비 서너 명 있고. 너무 효과를 못 봤어요. - 웨스트햄 전

그러면서 받아주는 롤은 결국 라울과 네투, 포덴세 등 공격 자원들의 몫이 됩니다. 지난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라울이 내려와주면 공격할 때 문제가 생겨요. 측면으로 빠지고 후방으로 내려오고 하면, 진짜 문전 앞에 골게터가 필요할 때 라울은 이상한 위치에 있게 된다는 겁니다. 덴동커, 포덴세, 네투가 라울만큼 효과적으로 골을 넣을 수 있나요? 뭐 라울이 볼 받으러 내려와주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뭐 볼 풀어주러 내려온다는데 그럴 수 있죠. 마지막에 라울을 왼쪽 돌게 하고 파비우 실바를 가운데에 배치하는 건 도대체 뭘까요? 실바는 피지컬적으로 완성도 안됐고, 뒤에 누가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굳이 라울을 측면으로 돌게 하는 건 정말 이해가 안됐고.  - 레스터 전

2020/09/29 - 울브스 vs 웨스트햄 경기 울브스 중심 리뷰 

2020/11/09 - 울브스 vs 레스터 울브스 중심 빠른 리뷰

 

라울이 육각형 공격수이고 연계를 정말 잘해주는 건 맞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내려와서 볼을 받도록 합니다. 아다마가 터치라인 근처에서 돌파하고 크로스 올리는 걸 잘하는 건 맞지만, 진짜 그것만 시켜서 요즘에는 수비수들이 다 적응해 버렸어요. 어떻게 보면 적당히를 모르는 감독 같기도 하네요.

 

라울, 아다마, 네투, 포덴세라는 좋은 공격진을 갖고서 7경기 6득점? 이 중에 빅6팀은 맨시티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공격력이죠.

 

, 조타는 예욉니다. 요즘 잘하는 건 맞는데, 울브스에서는 진짜 너무 못했어요. 누누가 기회를 얼마나 줬는데. 전 양아들인 줄 알았습니다. 조타는 그냥 개인 폼 문제였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네요.

 

 

선수 기용과 로테이션

울브스는 코디를 주축으로 기용했습니다. 울브스가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2018-19 시즌 이후, 그가 없었던 경기에서는 승률 50%라는 다소 안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이는 리그컵 레딩 전 승부차기 승리, 아스톤 빌라 전 패배였고, 그 외 경기에 코디는 모두 출전했습니다. 올시즌까지 통틀어 총 112경기였죠.

 

간단합니다. 선수 기용에서 무리뉴와 콘테의 나쁜 점을 따왔다고 보시면 돼요. 유망주 기용 없고, 주축 선수 로테이션 없고, 교체 타이밍도 이상하고, 융통성도 없죠.

 

후벵 비나그리와 모건 깁스-화이트는 번뜩이는 모습을 꽤나 보여주며 좋은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출전 시간 부족으로 각각 올림피아코스, 스완지 시티로 임대 이적했습니다. 브루노 조르당, 코너 로넌, 레오나르도 캄파나, 라파 미르도 모두 같은 이유로 임대 가있는 상태예요. 특히 캄파나는 1군에서 데뷔도 못한 채로 반 시즌을 보낸 뒤 임대 가버렸습니다. 최근에는 비티냐가 교체로 나와 열심히 뛰었고 요즘 중원에 문제를 겪고 있는지라 팬들은 그를 보고 싶어하지만, 누누는 절대로 비티냐를 쓰지 않았습니다.

 

앞서 예로 들은 코디는 철강왕이라 괜찮습니다. 하지만 주전들을 쉬지 못하게 만든 누누의 기용법은 몇몇 선수들에게 문제를 일으켰죠. 그 문제가 가장 심한 선수가 무티뉴인데, 무티뉴는 지난 시즌 말미부터 지친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고 올 시즌에는 기동력부터 거의 모든 부분에서 떨어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 34살이 된 선수를 엄청나게 굴린 거죠.

 

잘하는 선수만 계속 기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베스트 11을 거의 안 바꿔요. 대표적으로 지난 시즌의 디오고 조타가 있습니다. 조타는 정말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리그 빅찬스미스 7위라는 대업을 달성했지만, 누누는 조타만을 기용하며 진짜 믿음의 기용을 보여줬죠. 덕분에 포덴세와 네투는 기회도 많이 못 받다가 그나마 다행히 올 시즌에 맘껏 뛰고 있습니다.

 

마르살이 부상당했던 시즌 초에는 왼쪽 윙백에 누리 대신 사이스를 세우는 미친 운영도 보여줬죠. 덕분에 왼쪽 공격이 팍 죽어버리는 효과가 났습니다.

 

 

3백이 지닌 태생적 한계와 코디의 문제

누누는 울브스에 부임한 이후 4백을 쓴 적이 없습니다. 정말 3 쓰는 감독인 거죠(물론 울브스 한정입니다. 포르투, 발렌시아 시절에는 안 그랬어요).

 

3백의 중심은 무조건 코디인데, 어떤 팀을 만나든 상관없이 코디한테 빌드업 중책을 맡기는 건 좀 위험해요. 코디의 롱패스는 툭 밀어 놓고 좀 달려가면서 팍 차는 식이라서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러니까 상대 공격수 한 명이 압박하려 해도 바로 뒤돌아서 볼리, 사이스나 킬먼한테 백패스를 주는 거예요.

 

이렇게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코디를 믿고 계속 3백을 쓰니, 울브스의 공격 전개에는 기복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코디의 킥 컨디션과 압박 받는 정도에 따라 편차가 너무 크다는 거죠. 게다가 코디는 클리어링과 수비 위치 선정을 정말 못하는 미드필더 출신 수비수라서 수비력이 엄청 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윙백이 많이 올라가서 공격에 가담하는 게 울브스 공격의 또다른 특징인데, 그러면 측면 수비까지 센터백이 나가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해요. 그럴 때 박스에 코디와 킬먼 또는 사이스 두 명만 남아 있다면, 그냥 코디 외 한 선수만 남아있는 거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볼리가 뛰어나가는 수비를 많이 해서 종종 나오는 장면이죠.

 

그리고 3백은 윙백까지 포함해서 수비에 5명을 쓰기 때문에, 공격과 중원 구성에 제한이 생기죠. 레스터 전에서 중원 숫자를 늘린 로저스에게 당한 이유도 이거예요. 승격 첫 시즌에는 352를 많이 썼다면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는 343을 썼는데, 이러면 중원 장악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그 미드 듀오가 볼은 잘 차지만 기동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네베스와 무티뉴라면요. 요즘에는 무티뉴가 폼이 떨어져서 네베스와 덴동커를 기용하긴 하지만, 덴동커도 가진 게 활동량 뿐이라 공격 전개에는 고구마를 대량 투하합니다. 결론은 중원 숫자를 늘리는 게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라는 거죠.

 

그러면 352를 쓰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조타를 팔면서 라울과 함께 톱 주전으로 기용할 선수도 마땅치 않고 (35m 파운드로 클럽 레코드 깨면서 데려온 파비우 실바가 있습니다만, 얘는 최소 1시즌은 기다려줘야 만개할 수 있다고 봐요. 볼 잡을 때 뒤에 누가 오는질 모르거든요) 폼 좋은 네투와 포덴세를 기용할 자리가 없어진다는 문제가 있어요. 셰필드처럼 센터백들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거죠.

 

 

재미

정말 재미없습니다. 팬 입장에서는 가장 큰 문제죠. 이걸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올 시즌 풀럼 전과 웨스트햄 전, 지난 시즌 유로파 세비야 전을 보세요. 자신이 울브스 팬이라고 생각하면서 경기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질 겁니다.

 

만약 누누가 성적을 이 정도로 못 냈다면, 정말 까는 사람 많았을 거예요. 수비 축구하는 감독들의 딜레마죠. 재미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하는. 레스터 전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2018-19 시즌 4-3 승리 본 뒤 재밌는 축구하는 줄 알고 입문한 저는 완전 사기당한 겁니다.

 

 

마치며

누누가 이 달의 감독상을 탔다길래 깜짝 놀라 글을 썼습니다. 사실 누누는 그렇게까지 나쁜 감독은 아니에요. 중위권에서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 정도의 능력은 된다고 봅니다. 다만 딱 거기까지. 울브스도 더 나아가려면 여기서 손절해야 합니다. 그러나 3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제 바람은 날아가버렸네요.

 

승격팀을 이 정도로 끌어올려준 것만 해도 대단한 거 아니냐며 누누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이 글의 링크를 걸어주세요. 누누가 어떤 감독인지 알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도 이 링크를 걸어주세요. 한 경기 보고 울브스의 감독이 명장인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글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