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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 에스피리투 산투가 2020-21 시즌 10월 프리미어리그 이 달의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누누의 울브스는 지난 달 풀럼 홈 1-0 승리, 리즈 원정 1-0 승리, 뉴캐슬 홈 1-1 무승부, 크리스탈 팰리스 홈 2-0 승리라는 좋은 성과를 거뒀죠.
하지만 많은 팬들은 누누를 완벽히 신뢰하지 못하거나, 혹은 되려 나가라고 비난합니다. 과연 이들은 갓 승격한 팀을 2년 연속 7위에 올려놓았음에도 고마운 줄 모르고 눈만 높아진 무개념 팬들인 걸까요?
-최대한 객관적인 글을 쓰기 위해 장점과 단점 모두를 명시하겠지만, 저는 누누를 안 좋아하는 편이고 축구를 잘 아는 것도 아니기에 사실이나 여러분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중간에 글자에 삽입된 하이퍼링크는 모두 제 블로그 글 링크입니다. 그것까지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지만 안 읽으셔도 크게 무리는 없으실 거예요.
개요와 누누에 대한 간단한 소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Nuno Espírito Santo).
2017년 5월 31일 울버햄튼 원더러스에 부임해 2017-18 시즌에 울브스를 1부리그로 승격시켰습니다. 승격 첫 해인 2018-19 시즌에는 울브스를 7위까지 올려 놓아 유로파리그 2차 예선에 진출시킵니다. 2019-20 시즌에는 유로파리그와 리그를 병행하며 각각 8강 진출, 7위 수성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유로파리그 2시즌 연속 진출은 실패합니다. – 이 부분을 보고 타팀 팬들은 누누가 명장이라고 말하죠. ‘승격팀이 2년 연속 7위라니! 대단하구만.’ 이런 느낌.
포르투갈 국적으로, 골키퍼로 현역 선수 생활을 하던 때 슈퍼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의 첫 고객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울브스의 포르투갈 커넥션의 중심축 중 하나죠. 멘데스는 울브스가 라울 히메네스, 아다마 트라오레, 디오고 조타, 주앙 무티뉴, 후벵 네베스, 파비우 실바, 넬송 세메두, 비티냐(비토르 페레이라), 다니엘 포덴세, 페드로 네투, 브루노 조르당, 후이 파트리시우, 후벵 비나그리, 페르난도 마르살 등을 영입하는 데에 도움을 준 에이전트입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커요. 울브스가 로페테기를 놓치고 어려움을 겪다가 누누를 선임한 것도 멘데스의 첫 고객이었다는 게 영향을 줬겠죠.
승격 이후 누누의 울브스는 백3를 기반으로 한 3-4-3과 3-5-2, 역습, 후반햄튼, 의적햄튼으로 대표되는 축구를 합니다.
탄탄한 수비
2019-20 시즌 울브스는 리그에서 단 40실점만을 하며 최소실점 5위에 오릅니다. 게다가 기대실점(xGA, Expected Goal Against)은 34.8로 맨체스터 시티 다음으로 적은 기대실점을 허용합니다. 2018-19 시즌에도 최소실점 6위, 최소 xGA 4위로 누누의 울브스는 좋은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이는 분명한 누누의 장점이라 할 만합니다. 지난 시즌 울브스의 센터백 뎁스는 상당히 얇은 상태였습니다. 전문 센터백은 거의 윌리 볼리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레알 마드리드에서 야심차게 임대 영입해 온 헤수스 바예호는 정말 좋지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곤 2경기 만에 떠났습니다. 2018-19 시즌 주전으로 뛰었던 라이언 베넷 역시 에이징 커브가 온 건지 잘 못하면서 후반기에는 레스터 시티로 임대를 갔고, 풋살하다 온 22살의 유망주 맥스 킬먼은 후술할 누누의 유망주 기용 안 하는 운용 덕분에 선발은 두 경기 밖에 못 뛰었죠. 미드필드에서는 우측면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수비 진영 커버도 잘해주는 레안데르 덴동커는 센터백만 가면 불안해졌고, 주장 코너 코디는 롱볼이 장점이고 수비는 단점입니다. 수비 못하는 수비수예요. 심지어 수비에서는 유일한 믿을맨인 볼리도 부상을 당했었습니다 (물론 이 때 수습 못하고 불안하다가 볼리 복귀하고 바로 리그 8경기에서 7클린시트 포함 2실점 5승 3무하긴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3를 가동하며 팀 수비 지표를 최상위권으로 올려 놓은 건 누누의 확실한 성과입니다. 사이스를 왼쪽 스토퍼에 정착시켰고 수비 시에는 백5로 전환되는 백3의 장점이 잘 나왔다고 보면 되겠죠. 백3를 이렇게 잘 쓰는 것도 누누의 장점입니다.
특히 유로파 8강 세비야 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경기도 정말 재미없게 하긴 했는데 5-4-1로 수비-중원 블록 두텁게 쌓아서 85분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죠. 바네가, 헤수스 나바스, 수소, 오캄포스, 레길론이 계속 때리는데 그 정도 막은 거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커뮤니티 반응은 되게 별로더군요. 아마 재미없어서 그랬겠죠(물론 그 경기도 역습 한 방을 노려야 하는데 역습 과정에서의 시퀀스가 전혀 없는 건 큰 문제긴 했습니다). 아다마의 역습에서 파생된 페널티킥을 라울이 넣었으면 그 경기는 이겼을 거라고 봐요. 오캄포스의 결승골도 코너킥 상황에서 이어진 장면이었으니…
코디와 아다마 살리기
코너 코디는 쓰기 참 까다로운 선수입니다. 롱패스가 좋아 후방 빌드업을 잘하지만, 백4의 센터백으로 쓰기엔 수비가 너무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 쓰기엔 압박을 못 풀어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백3는 코디에게 맞춤 전술과도 같습니다. 백3의 스위퍼로 서면 최후방이니 상대가 압박을 한다고 해도 비교적으로 약하게 받을 거고, 초라한 수비력도 어느 정도 감출 수도 있습니다. 리그 내에서 롱패스가 거의 가장 좋은 선수이니, 그 정도로 후방에 서도 패스를 시원시원하게 뿌려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기도하죠.
상기한 이유들로 발동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코디를 2019-20 시즌 울브스의 53경기 중 51경기를 90분 동안 풀타임으로 출전시키며 확고한 주전이자 주장으로 만든 건 누누입니다. 물론 그 전 시즌부터 리그 80경기 연속 90분씩 뛰고 있는 건 코디의 체력이 대단한 것도 있지만.
코디가 잉글랜드 대표팀까지 가게 해준 건 결국 누누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코디 본인도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5명에 누누를 포함시켰죠.
아다마 트라오레는 지난 시즌 피엘의 크랙으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시즌 전까지 아다마는 그냥 앞만 보고 뛰는 탱크였습니다. 상대팀이 ‘오 무서워’ 하는데 그게 끝인 거죠.
하지만 누누가 아다마를 윙백으로 기용하면서 살아났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전반에는 윙백으로 스털링 틀어막고 후반에는 약간 올라가서 두 골 득점한 맨시티 1차전이죠. 그렇게 성공하면서 이제는 윙어로 자주 뛰는데, 크로스 능력도 완전 좋아져서 라울과 PL 최고의 콤비를 형성했어요.
코디와 아다마는 이제 명실상부한 울브스의 주전이 되었고 (아다마는 조커로 나오는 경우가 꽤 있지만 지난 시즌부터 출전 시간을 보면 1위로 주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들의 폼을 끌어 올린 것 역시 누누의 성과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성적
그래도 성적은 냅니다. 부임 후 세 시즌 동안 첫 시즌 챔피언십 우승으로 승격, 두 번째 시즌 7위로 유로파리그 진출, 세 번째 시즌 7위-유로파리그 8강 진출.
솔직히 이 정도면 꽤 잘한 건 맞습니다. 물론 울브스를 푸싱 인터내셔널이 인수하면서 전 시즌 챔피언십에서 15위 한 클럽이 네베스와 조타라는 말도 안되는 영입을 한 건 맞지만, 압도적인 승점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 시즌에도 승격팀이 7등하면서 유로파리그 진출권 따낸 건 정말 좋은 성과죠(물론 승격팀 급의 스쿼드가 아니긴 합니다. 울브스 선수단은 챔피언십에도, 승격팀에도 맞지 않는 좋은 선수단이예요). 지난 시즌은 승격 두 번째 시즌이었음에도 40년 만에 울브스의 유럽 대항전 8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아스날이 FA 컵을 우승하며 유럽대항전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7위도 유지했죠.
물론 우리 팬들은 스쿼드가 2부리그 치곤 말도 안되게 좋았다고 말하고, 그게 팩트긴 하지만, 누누가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꽤나 좋은 성적을 내온 것도 팩트입니다. 뭐 팬들이 집중적으로 비판하는 부분도 성적은 아니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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